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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글(조금 진지한 글)

한국어의 특성을 고려한 우리가 맞춤법을 틀리는 이유

by flathf 2024. 7. 26.

한국어의 특성을 고려한 우리가 맞춤법을 틀리는 이유

 

이과도 문과도 예체능도 기겁하는 짤. png

 

서론

  나는 궁금한 게 있었다. 왜 많은 사람들이 맞춤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것일까. 사실 언매를 너무나도 좋아하고 문법에 들어맞는, 잘 짜인 글을 광적으로 사랑하는 나조차도 맞춤법을 틀린다. 하지만 이건 분명 이상하다. 나는 정말 언매 공부를 열심히 했었다! 근데 왜 틀리는 것일까? 나는 소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건 다 한국어의 특성 때문이라고, 문법 공부를 소홀히 하거나 내가 멍청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당당하게 주장할 것이다. 물론 멍청해서 틀리는 경우도 있을지 모른다. (일례로 ‘로써’인지 ‘로서’인지를 헷갈려서 나는 중학교 때 서술형 감점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에 살고 있으며 회화를 정상적으로 구사하고 기초적인 교육과정을 이수한 대부분의 사람이 공통으로 틀리는 맞춤법은 단순히 그 사람만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래서 한국어의 어떠한 특성들이 이 실수를 유도한다고 생각했기에, 이 보고서를 작성하게 되었다. 

 

본론

앞서 서술해 보자면 가장 큰 이유는 한국어는 표음문자이지만 발음대로 적지 않는다는 경우가 매우 많다는 것이다. 

한글 맞춤법은 표준어를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을 원칙으로 한다.


   이는 한국어 어문규범 제1장 제1항을 인용한 것이다. 저 ‘소리대로 적되, 어법에 맞도록 함’ 때문에 우리는 평생 맞춤법 실수를 저지를 수밖에 없게 된다. 특히 나는 한국어의 특성인 음운변동의 미표기, 의미단위의 변동, 발음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표기가 사람들의 맞춤법 실수를 유도한다고 생각한다. 후술한 내용들은 앞선 특성들에 대한 설명과 그 예시다.

1. 음운 변동의 미표기

   한국어는 음운 변동(교체, 탈락, 축약, 첨가 등)을 실제 발음에서는 반영하지만, 표기법에서는 이를 반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맞춤법'은 [맏춤뻡]로 발음되지만 '맏춤뻡'으로 적지 않고 '맞춤법'으로 적는다. 이에 따라 발음과 표기가 일치하지 않아 맞춤법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 예시로 사람들이 정말 많이 틀리는 ‘할께*/할게’가 있다. -ㄹ로 시작하는 어미는 된소리로 발음 나기에 사람들이 잘못 표기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받침과 같은 경우는 ‘깻잎, 밭’과 같이 초성에 오는 모든 자음을 표기할 수 있을뿐더러(예외로 쌍자음 ㄸ,ㅃ,ㅉ가 있긴 하다), “닭 값”과 같이 일부 자음군까지도 표기가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 종성은 음절의 끝소리 규칙, 자음군 단순화를 통하여  ‘ㄱ,ㄴ,ㄷ,ㄹ,ㅁ,ㅂ,ㅇ’ 중 하나로 발음 난다. 이로 인해 발음만을 듣고 표기하게 된다면  ‘않/안’, ‘낳/낫’ 등의 맞춤법 실수가 발생하게 된다.

번외) 이 보고서에서는 맞춤법 실수를 다루고 있으나 표기된 문자를 보고 음운 변동을 잘못하는 경우 또한 숱하다. 특히 ‘꽃이 피었다’ 할 때 ‘꽃이’를 [꼬시*]로 잘못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발음을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하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음운 변동을 해버린 것이 큰 이유 중 하나이다. 그리고 우리는 ‘밭’, ‘곶’, ‘옻’등의 종성이 ㄷ으로 발음나는 것들을 종성으로 ㅅ을 발음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국어사적인 이유가 있다. 지금은 음절의 끝소리규칙에서 ㅅ을 찾아볼 수 없지만  중세 국어에서는 8 종성법으로 ㄷ과 ㅅ을 모두 받침으로 사용하였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는 동안 종성 ㄷ과 ㅅ은 꽤나 혼기 되었다. 근대 시기에는 종성 ㄷ이 아니라 받침으로 7 종성 중 하나인 ‘ㅅ’을 표기하게 되었고 현대에 와서는 ㅅ이 아닌 ㄷ으로 발음하기로 약속하게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사람들이 종성 ㅅ과 ㄷ을 헷갈리는 경우가 늘게 된 것이다. (이는 어느 언어학자나 논문의 참고 없이 필자가 독단적으로 추론한 내용임을 밝힙니다. 틀렸다면 당신이 맞다.)

2. 의미 단위의 변동

   의미 단위, 즉 단어와 어절의 경계가 변동하는 경우는 문맥이나 사용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띄어쓰기 규칙은 의미 단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 '한동안'과 '한 동안'처럼 띄어쓰기 여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가 있다. 이런 변동성은 맞춤법, 특히 띄어쓰기 실수를 유발할 수 있다. 복합어의 경우 새로 지정된 경우를 잘 알지 못한다면 띄어쓰기 실수가 빈번히 일어날 수 있다. 예시로 ‘공중전화’, ’엎치락뒤치락하다’가 있다. 이는 각각 ‘공중 전화’, ‘엎치락 뒤치락하다’로 잘못 표기하게 될 수 있다. 새로 생겨난 복합어의 경우에는 이러한 실수가 쉽게 일어날 수 있다.

3. 발음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표기

   다른 언어들도 발음의 명확성이 표기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치지만,(나는 1학년 때 영어 선생님께 p와 f 발음을 명확하게 하지 않아서 지적을 매우 많이 받았다) 한국어는 특히 그 영향을 많이 받는다. 말할 때는 대부분 발음이 명확하지 않아도 상대방한테 전달되기만 하면  의미를 파악하고 상대방이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추론할 수 있다. 그래서 평상시에 우리는 발음의 명확성에 대한 필요성을 잘 느끼지 못하고, 국어 교육과정마저 쓰기(작문), 읽기(독해)에 치중되는 경우가 많다. 듣기와 말하기와 같은 구어적인 부분은 보통 일상생활에서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한글은 구어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말하는 것을 적어낼 문자가 없었기에 세종대왕님께서 한글을 창제하신 것이다.

 

   위의 사진과 같이 한글에서 혀의 위치,조음위치,조음방법,입술의 모양, 혀의 높낮이는 모두 빠짐없이 고려되는 요소이다. 이는 한글이 발음으로부터 만들어진 문자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우리는 한글을 쉽게 배울 수 있다. 발음의 방법, 위치와 표기만 대응시키면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글을 배우는 유아기 이외에는 정확한 발음을 위해 힘쓰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모음과 자음은 표기는 분명 다른데 말할 때는 비슷해서 혼동하기 쉽다. ‘꼼꼼이*/꼼꼼히’ 와 같이 뒤에 오는 접사 ‘이/히’는 말로만 들었을 때 구분이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혼동하여 -이/-히의 형태의 부사를 틀리게 된다.  사실 모음 간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 더 어려운데 발음을 내는 위치나 방법에 따라 달라지는 자음과는 달리 전적으로 혀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예로 중모음 ‘ㅔ’와 저모음 ‘ㅐ’를 구분하는 것은 웬만해서는 불가능하다. 이중모음 ㅞ와 ㅙ 또한 들었을 때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발음만 생각하고 표기를 하면 ‘에로사항*/애로사항’ ‘왠만한*/웬만한’과 같은 잘못된 표기를 하기 쉽다.

 

결론 및  추론

    정리하자면 한국어에서 유난히 맞춤법 실수가 잦은 이유는 음운변동의 미표기, 의미단위의 변동, 발음의 정확성을 요구하는 표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결국 표기와 발음이 일치하지 않아 빚어진 혼란으로 생각할 수 있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한국어를 표기하는 한글이 음차문자인데 쓰기는 그 의미를 고려하여  적는 것에서부터 혼동이 발생한 것 같다. 동아시아권 언어 중 띄어쓰기가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뿐이라서 그 체계가 약간씩 미완인 부분도 한몫한 것 같기도 하다. 

느낀 점

  이번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한국어의 특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맞춤법 실수를 하게 된다는 점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그동안 맞춤법을 자주 틀리는 것이 개인의 지능이나 노력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는 한국어의 음운 변동, 의미 단위의 변동, 발음의 명확성을 요구하는 표기 등 언어적 특성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특히 발음과 표기가 일치하지 않아 발생하는 혼란이 맞춤법 실수의 주된 원인임을 알게 되면서, 한국어의 구조와 규칙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나의 보고서가 한국어를 비판하는 것 같지만 나는 이러한 한국어의 특성이 오히려 국어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어는 배우기 쉽고 뜻을 명확히 알 수 있는 구조가 쳬계적으로 갖춰져 있기에 한국인은 본질적이며  논리적이고 똑똑한 것 같다.(뇌피셜이다 그냥 한번 써본 거다) 그래서 나는 한국말이 너무 좋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쉬우면서도 어렵다. 평생을 한국에서 사는 한국인이든, k-pop과 같은 한국문화에 관심이 있어 한국어를 처음 배우는 외국인이든, 모두에게 한국말은 공평하게 처음에는 쉽고 알면 알수록 어려운 언어라서 좋다. 띄어쓰기가 있는 동아시아권 국가는 우리나라뿐이라고 한다. 다른 띄어쓰기하는 나라들은 대부분 라틴 계열이라고 하던데 거기는 단어를 다 띄어 쓴다고 알고 있다. 왜 우리나라는 조사를 붙여 쓰는 특이한 구조를 가지게 되었는지 조사하면 재밌을 것 같다. 왠지 한자권 문화의 영향이 클 것 같아서 흥미롭다. 나는 언매가 너무 좋다.